우리말 산책
추석이 다가오면서 차례상에 많이 오르는 성수품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차례상 걱정으로 시름이 커질 이유는 없다. 차례상은 원래 간소하게 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례’란 말 그대로 차 한 잔 올리고 지내는 약식 제사다. 차례에서 중요한 것은 조상님을 공경하고 그분들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자손들의 마음이지 상 위에 올리는 음식이 아니다. 붉은 과실은 동쪽에 놓고 흰 과실은 서쪽에 놓으라는 ‘홍동백서’나 왼쪽부터 대추·밤·배·감의 차례로 차리라는 ‘조율이시’ 같은 격식은 현대에 만들어진 것이지 우리의 전통 예법이 아니다.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도 최근 “차례나 제사에 몇 가지 음식을 어떻게 차려야 한다는 등의 상차림 예법은 어떤 책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당연한 얘기다. 요즘에야 모든 것이 풍족하지만, 50여년 전만 해도 적잖은 국민이 툭하면 배를 곯았다. 게다가 오곡이 영그는 추석 때는 그렇다 쳐도 설날 무렵에는 과일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다. 좀 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갖가지 전이나 소고기 산적 같은 음식은 서민들로서는 꿈에서나 맛볼 만한 것이었다.
더욱이 차례는 명절뿐 아니라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 조상님 생일 등에 지내는 제사다. 이렇듯 자주 차려야 하는 차례상을 그 가난하던 시절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준비했을 리 없다. 예나 지금이나 형편에 맞게 음식을 준비하고, 그마저 힘들면 차 한 잔 올리며 조상님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면 족한 것이 차례다.
이런 차례를 지낸 후에는 조상님의 묘(뫼)를 찾기도 한다. 이때 “할아버지 묘소를 찾았다”처럼 말하는 것은 바른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 ‘묘소(墓所)’는 한자 그대로 “묘가 있는 곳”으로, 묘를 중심으로 일정한 영역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존대의 의미는 없다. “묘를 높여 이르는 말”은 ‘산소(山所)’다. 산소는 묘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조상님의 묘나 그 부근을 높여 이를 때는 ‘산소’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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