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47> 부실과 찻잔

원칙은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다. 이 말은 ‘기본적이지 않은 것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본다. 즉, 원칙은 ‘규칙’과 달리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한다. 예를 들면 접사 불(不)은 ‘ㄷ’ ‘ㅈ’으로 시작하는 명사 앞에 붙으면 ‘부’가 된다는 원칙이 있다. ‘불도덕·불정확·불자유’가 아니라 ‘부도덕·부정확·부자유’로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ㄷ’이나 ‘ㅈ’이 아닌데도 ‘부’로 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부실(不實)’이다. 이를 국립국어원에서는 “부실은 예외적으로 탈락해 규칙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라고 답변한다. 이런 경우가 기본적인 규칙의 예외이다.
물론 ‘찻잔’도 기본 규칙의 예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사이시옷 기본 규칙에는 한자어끼리 결합하면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 대신 6가지 예외를 명시하고 있다. 찻잔은 6가지 예외에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차’를 한자(茶)로 보지 않고 고유어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어문교열연구원 원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