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일 금요일

[쉬운 우리말 좌담회] 쉬운 우리말 쓰기 학교에서 시작 … 학생들 생활 속 실천

 


고교생 50여명, 각 분야 공공언어 취재해 '언어는 배려다' 신문 발행 … 문체부, 새말 대체·국어책임관 등 다양한 정책 '소통' 노력

2022-12-01 11:30:46 게재

표희수 내일교육 본부장: 쉬운 우리말 쓰기 제작 지원 사업은 신문을 통해 쉬운 우리말을 알리고 어려운 공공언어를 개선하기 위해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내일신문은 기획기사 출고 등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5개 고등학교와 쉬운 우리말 쓰기 특별 신문 제작 사업을 진행했다.

6월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업 취지와 일정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언어는 인권이다' 저자인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9월까지 학교별로 정부 부처, 교과서 등 각 분야별 주제를 정해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 편집하는 활동을 했다. 같은달 15일 '언어는 배려다' 특별 신문을 완성해 5개 고등학교에 배포했다.

정원상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장

정원상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장: 이 사업은 지금까지 주로 언론이 기사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이 쉬운 우리말 쓰기와 관련한 여러 활동을 한 것을 보니 인상적이다.

'소통'을 위한 쉬운 우리말 쓰기

언어는 생물과 같다. 국제화 시대에 맞춰 영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막아서는 안되지만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특별 신문의 제목이 '언어는 배려다'인데 소통은 배려와도 맞닿아있다.

쉬운 말을 쓰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어려운 말을 쓰면 국민들은 무슨 정책을 펼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어기본법 14조에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돼있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쉬운 말을 쓰도록 강제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국어원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언어 지원 개선 사업을 펼친다. 이 사업은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 학술용어 정비 사업 등으로 나눠진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신문 방송 등과 함께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이다.

정인환 국어문화원연합회 부장

정인환 국어문화원연합회 부장: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은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언어 개선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이 언론사에 보내는 보도자료나 공문서의 언어 개선에 힘쓴다. 이를 위해 언론을 동반자로 삼아 쉬운 우리말 쓰기를 퍼뜨려왔다. 쉬운 우리말 쓰기와 관련된 기사나 영상물은 2020년에 850건 2021년에 823건 2022년에 1589건이 실렸다.

또 각 언론사들이 쉬운 우리말 쓰기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사내에 쉬운 우리말을 쓰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와도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뉴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 쉬운 우리말 쓰기 내면화

내일신문의 이번 사업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한 기사는 '교과서 속 가득한 어려운 용어'를 주제로 삼았는데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처한 언어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좋았다.

우보영 원묵고 국어 교사

우보영 원묵고 국어 교사: 국어 교사이면서 담당 교사로 이번 사업에 참여했다. 어려운 언어를 쓰면 그 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차별이 될 수 있다. 참여 학생들은 언어 속에 알 권리, 차별 등의 문제가 녹아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활동 이후 학생들은 저마다의 진로에 맞춰 쉬운 우리말 쓰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법학도가 되려는 학생들은 어려운 법률 용어를 개정하겠다고 했고 기업 경영을 하려는 학생들은 기업의 규칙이나 근로기준법 등이 쉬운 말로 쓰여야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학생은 누리소통망(SNS) 계정을 새로 만들어 이번 활동 과정을 공유하면서 쉬운 우리말 쓰기를 널리 알리고 있다.

학생들은 미래의 주역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고 자신의 진로에서 쉬운 우리말 쓰기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내면화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활동을 기반으로 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쉬운 우리말 쓰기를 자연스럽게 할 것으로 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사업은 굉장히 확대돼야 할 사업으로 기대된다.

바람이 있다면 지역의 학생들과 같이 하고 싶다. 서울의 환경과 지역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이 활동에 반영될 수 있지 않을까. 얼마든지 비대면으로 서울 학생들과 지역 학생들이 협업할 수 있다.

김한나 리포터

김한나 리포터: 학생들에게 인터뷰 특강을 하고 취재에서부터 기사 작성 전반을 지도했다. 학생들은 "지금까지는 글을 읽고도 잘 모르면 내 탓인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이제 글이 쉬운 우리말이 아니라 어려운 말을 썼기 때문에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쉬운 우리말이 중요하구나'라고 깨닫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글을 수정하면서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쉬운 우리말 쓰기가 체화됐을 거라고 본다.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수업이 진행되면 쉬운 우리말 쓰기가 더 빨리 퍼질 것이다.

표희수: 또 의미 있는 활동은 학생들이 내일신문사에 와서 신문이 나오기 직전 대지를 보면서 틀린 내용은 없는지 직접 확인한 것이다. 몇몇 학생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완성한 신문을 보며 울기도 했다. 신문사와 학교가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상승효과를 내는 지점이다.

우보영: 학생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가장 쉬운 접근에서부터 가장 전문적인 접근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전문적인 수준의 수업을 교내 자원만으로 기획하기는 쉽지 않다. 외부 자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번 사업의 경우 학교와 외부 자원의 협력이 굉장히 잘 이뤄진 사례다.

내일신문은 지난달 22일 내일신문 대회의실에서 '쉬운 우리말 학교에서 시작하자'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이의종


표희수: 쉬운 우리말 쓰기를 위한 또 다른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정원상: 문체부에서 하는 우리말 관련 사업 중 하나로 '외국어 새말 대체어 제공 사업'이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외국어들이 우리말 속에 등장한다. 주로 언론에서 시작하는데 사실 언론을 비판할 수도 없다. 아직 그 외국어를 대체할 우리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어 정책, 쉬운 우리말로 풀어나가자

그래서 국립국어원과 함께 새로 나오는 외국어를 선정해 2주에 1번씩 새말모임에서 그 외국어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선정해 발표한다. '노쇼 백신'을 '잔여 백신'으로, '도어스테핑'을 '출근길 문답'으로 바꿨다.

표희수: 약간 다른 맥락인데 '도어스테핑'을 '출근길 문답'이라고 사용할 때 뭔가 전문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취지를 알면 쉬운 우리말 사용과 전문성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글 사랑과 쉬운 우리말 사용은 같은 듯 다른 영역이다. 부산시의 영어상용도시 정책에서 보듯이 다양한 시각과 환경 속에서 결국 국어와 관련된 정책을 풀어나가는 고리가 쉬운 우리말 사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골의 한 국도에서 '레드 서클 존' 사업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봤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혈관 나이를 측정해 주는 사업이었다. 70~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시골 주민들에게 적당한 용어일까 싶었다. '언어는 배려다'라는 쉬운 우리말 사업의 필요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그래서 내일신문이 쉬운 우리말로 된 정책 이름을 선정해 상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으로 각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이름에 대해 문체부가 비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한나: 한 토론회를 취재했는데 앞으로 아이들은 미래의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국경 없는 사회에서 맞닿아 살아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공용어가 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들으면서 든 생각이, 그런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앞에 우리말을 쓰고 뒤에 괄호 안에 영어를 함께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원상: 국어기본법에는 한자 또는 외국 글자를 쓸 때에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또는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신조어를 사용하는 경우 우리말 뒤에 괄호를 써서 외국 글자를 쓸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학교 전체가 쉬운 우리말 쓰기 수업을

또 문체부에는 국어정책과가 있고 국어전문관이 있다. 문체부의 경우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대변인실에서 감수를 하고 국어정책과에서 국어와 관련한 감수를 한차례 더 한다. 그래서 되도록 쉬운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각 부처와 지자체에는 국어책임관이 있어서 역할을 하게 돼 있다. 대변인실이 있는 곳은 대변인이, 그렇지 않은 곳은 홍보 담당 부서장 등이 하고 있다. 최근엔 국어책임관들이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또 사실 이런 정책들이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과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정인환: 쉬운 우리말 쓰기가 지금은 단어 차원에서만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는 단계인데 문장 전체를 쉬운 우리말로 쓰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외국어 단어만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문장 전체를 좀 길더라도 쉽게 풀어쓰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우보영: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려고 한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때 가급적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로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또 이번 활동과 같은 수업을 전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학교자율 교육과정을 통해 한주 동안 학교에서 주제를 선정해 수업을 할 수 있다. 다음해 국어과 전체가 쉬운 우리말을 주제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면 어떨까 고민 중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