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환
- 2023.02.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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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는 얼마 전 학부모의 문해력 저하 현상을 탐사보도했다. 바로 학부모들의 가정통신문 독해 능력이 해가 갈 수록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른도 그렇다고?'라는 황당한 질문이 저절로 나오는 보도였다. 그 내용을 되새겨 보자면 다음과 같다.
한 초등학교의 담임 교사가 전학 가는 학생에게 '사용하던 교과서를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반납하라'는 내용의 가정 통신문을 보냈다. 그랬더니 학부모가 아이의 교과서를 구입해서 담임 선생에게 반납했다고 한다. 아마도 학부모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책을 사서, 선생님께'라고 이해한 모양이다. 그 외에도 가정통신문을 읽기 어려우니, 동영상 안내를 해 달라는 항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아이들의 문해력이 떨어져서 큰일이라는 보도는 종종 나왔다. 가령, '심심한 사과를 보냅니다'라던지, '사흘'이라는 표현을 각각 '사과를 정중하게 하지 않아서 기분나쁘다'라거나, '사흘은 4일'이라는 식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만 보고 독서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섣부른 진단을 내리기에는 아이들에게도 나름 변명거리는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수업이 힘들어져 모르는 것을 선생님께 질문할 기회가 적어진 것이 아이들의 학업 성취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오히려 현 부모 세대들은 인터넷이 없던 시대를 경험했으면서도, EBS의 보도처럼 처참한 문해력을 가진 사례가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부모들은 앞으로도 점점 증가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성인의 독서량이 날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해동안 대한민국 성인들 중 53%가 한해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2022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는, 부모가 원인일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하지 않는 부모가 절반이나 된다는데, 글을 이해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시대인만큼 국어보다는 수학이나 검색 능력을 키우는게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컴퓨터의 능력을 과신하는 주장이다. 특히 필자처럼 검색 엔진을 업무에 적극 이용하는 사람들일수록 머릿속의 개념을 질서 정연하게 정리하는 능력은 필수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잘 설명하지 못하면, 검색 엔진은 엉터리 결과만 내기 때문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곧 글쓰기 능력과도 연결된다. 글쓰기란 내가 설명하려는 대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행위라서 그렇다. 즉,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시대의 최첨단을 걷는 필자같은 직업일 수록 국어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AI가 발전할수록 국어 능력은 더욱 더 중요해 질 것이다. 요즘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는 ChatGPT 는 의외로 중언부언이 잦다. 심지어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뻔뻔할 정도로 엉터리 답을 그럴듯하게 내놓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현상의 기술적 이해는 차치하고서라도, ChatGPT의 답변을 어디까지 신뢰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임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답변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이 없다면 자칫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AI가 점점 사람처럼 말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 공부를 덜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직은 AI가 사람의 말을 매우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필자같은 직업은 사람의 말을 기계어로 바꾸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AI가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게 된다면 어떨까? 그 때는 AI에게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는 능력(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가진 사람이 인재로 대우받을 것이다. 그런 미래에도 살아남으려면 지금 당장, 먼저 사람을 상대로 소통을 잘 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또한 AI는 자신이 학습한 내용에 따라 자칫 잘못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AI의 답변을 채택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안목 또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AI를 유능한 비서로 부리기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독서량을 늘리고,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해질 것이다. 부모가 먼저 똑똑해지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자연스레 따라서 배우는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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