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2일 토요일

[현장] “우리에게도 생존권을” 행동 나선 교사들

 


악성민원 호소하며 진상규명·대책마련 촉구…학부모 신뢰·지지 호소 목소리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2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전국교사 긴급 추모행동을 열고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7.22. ⓒ뉴시스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가 악성민원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전국 교사들이 모여 교육 현장의 폐해를 호소했다. 고인이 겪었을 고충은 특수한 일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상이라는 증언이 쏟아졌다. 문제를 혼자 감내해온 교사들은 목소리를 모아,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2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전국교사 긴급추모행동’을 가졌다. 검은 옷을 갖춰 입고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300석의 좌석을 가득 메웠다.

행동은 묵념에 이은 구호 제창으로 시작됐다. 교사들은 ‘지금당장 진상규명’, ‘지금당장 대책수립’, ‘교육권을 확보하라’고 외쳤다. 이후에는 박수와 환성을 자제하는 가운데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서이초에서 1학년 담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교사가 교단에 선지 얼마 안 된 신규교사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교사는 지난해 3월 임용돼 갓 1년을 넘긴 초임 교사로 알려졌다.

고인과 비슷한 저년차 교사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고인이 겪었을 어려움을 본인들의 경험으로 헤아리고 있었다. 청주 소재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한 교사는 지난해부터 생활부장 업무를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화해도 하고, 친구 마음을 이해하기도 하면서 평화를 되찾는 데 비해, 불안이 큰 학부모님, 억울함이 큰 학부모님 등 다양한 학부모님들께서 민원을 시간 관계 없이 넣으시는데, 소리를 지르는 분도 있었고,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1학기 때 몇 번 정도는 그냥 편해지고 싶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신규 선생님은 오죽하셨을까”라며 “아이들을 훈육하느라 소리를 질러도 내 탓, 아이가 친구를 때려도 내 탓, 욕을 해도 내 탓, 모든 게 교사 탓이 되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얼마나 자책했을지 예상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수많은 선생님, 자책하고 계실 선생님들께, 우리가 힘든 건 우리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자신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교사 생활의 어려움이 다시 떠올랐다는 교사도 있었다. 김은비 진주 수곡초 교사(전교조 경남지부 청년위원장)는 “5년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학부모 민원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해, 민원으로 힘드신 선생님들, 고인의 마음을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버스 타고 오는 4시간 동안, 마음 속에 깊게 담아두지 않으려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선 넘는 말들로 감정을 쏟아내시는 학부모님 연락을 받으며, 손이 떨리고, 가슴 뛰던, 불안해서 잠 못 자던 일들이 제게도 있었다”며 “아이들을 즐겁게 만나고 학교를 행복한 마음으로 다니고 싶었던 제가 손 떨리는 일들을 마음속에서 지웠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호자가 아이를 맡기고, 교사가 책임을 지는 문화는 더 이상 사라지길 바란다”며 “학교가 보호자님들과 함께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공동체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사 개인이 부당함을 감내하는 방식으로는 건강한 학교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수진 원주중 교사는 “교실은 더 이상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며 “모든 관계에서 한 쪽의 과도한 희생과 인내로 간신히 체계를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상처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옆자리 3년 차 동료 교사가 최근 학부모의 ‘막무가내식’ 민원전화를 받고 힘들어 하다가 결국 그날 조퇴를 냈던 일을 전하면서 “왜 선생님들이 도망가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과 아이들과 학교를 지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교조 인천지부 2030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안전하게 교육하고 교육받을 학교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교육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며 “우리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교사 개인의 희생으로 방치되고 있는, 숨겨지고 있는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는 교육 현장의 노동자이며 안전한 교육 환경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당국을 향해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사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모든 학교 구성원이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도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 위원장은 “잘 가르치고, 학생들과 행복하게 만나고, 교사라는 자부심으로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견뎌낸다”며 “학생의 폭력에도, 학부모의 악성민원과 갑질에도, 관리자의 2차 가해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교단에 섰을 선생님이 왜 스스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며 “무너져 버린 우리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당국과 국회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향후 교육 현장의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대책수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낼 계획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2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전국교사 긴급추모행동’을 가졌다. 사진은 전교조 인천지부 2030 위원회 소속 교사가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악성민원에 수업연구 뒷전…“민원 처리반 된 지 오래”

이날 보신각에서는 ‘공교육비상대책위원회’가 집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이번 집회가 특정 단체나 정당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모인 교사들로 이뤄졌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무더위에도 수많은 교사가 참석했다. 구호를 외칠 때는 빌딩 사이로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진상규명과 함께 교사의 생존권·교육권·인권 보장, 교권 수호를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서울 소재 초등학교의 김모 교사(25)는 “고인이 학교에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교사 각자가 겪는 어려움을 사실은 모두가 겪는 일상”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무대에 올라 교육 현장의 고충을 전했다. 한 2년 차 교사는 처음 학부모 상담을 했을 때 느낀 당혹감을 떠올렸다. 그는 “부부가 찾아와 남의 아이 잘못만 한 시간째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저 듣기만 할 뿐이었다”며 “초임인 저에게 학폭 터진다는 게 두려워, 제가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해서라도 학폭으로 번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들어줘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자기 아이를 괴롭힌 아이는 철저히 사회적 매장을 당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아이가 참지 못하면 그 애를 때릴 것 같다’는 등 협박성 민원을 언급하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웃음기가 사라진 채 점점 영혼도 썩어가는 느낌으로 교직 생활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학생을 제대로 지도할 수 없는 현실도 지적됐다. 이 교사는 “한때는 남자아이 둘이 여자아이 두 명 껴안고 있는 것을 보면서 ‘쟤네 짝짓기한다’라고 공공연한 성희롱을 해, 그 남자아이 두 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크게 소리 질렀는데, 그날 바로 학부모 민원을 받았다”며 “교사는 소리 지르는 것조차 아동학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는 정당한 지도에 손발이 다 잘려 있으니, 서로의 불안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보면 교육이라는 본업에 힘을 쏟기 힘들어 진다. 이 교사는 “수업연구는 뒷전이고 이미 민원 처리반이 된 지 오래”라며 “에너지 100%를 수업연구에 쏟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학부모 갑질로 인한 정신적 피해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고 악성민원을 엄벌해달라”며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교육기관이자 사회화기관”이라며 “아이들의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 본인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7.22. ⓒ뉴시스

교육 현장의 공공연한 폐해를 교사 개개인이 묵묵하게 감내해 온 탓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의 9년 차 교사는 “저 역시 재작년 원치 않게 1학년 담임을 맡아 악성민원에 시달리다가 병가를 내고 담임 교체까지 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만 참으면 된다며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말자는 교감 선생님 말씀에 저 역시 일이 커지면 아동학대로 들어올 고소가 무서워 그냥 넘어갔다”며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면 되겠지’, ‘내가 운이 나빴던 것’이라며 더 큰 일이 생기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많은 동료가 ‘남 일 같지 않다’고 한다”며 “이건 소수가 겪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모든 교사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서이초 선생님과 같은 일을 먼저 겪었던 동료 교사이자 선배로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막막함과 현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며 “내 일이었을 때 나 혼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버텼던 것이 작금의 사태를 가져왔다는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라진 게 없다는데, 동료 선생님들께서는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으시냐”며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식 전달을 넘어서 전인교육을 하는, 공교육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며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고 교육청, 학부모, 사회와 의논해 해결책을 찾아갈 현명한 말들을 생각해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비롯해 학부모의 지지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강동구의 6년 차 교사는 “언론에서도 각종 갑질 사례와 교권 침해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교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가 병원 진료 기록, 정신과 치료 기록, 통화 기록 등 교권 침해 증거들을 다 보여드려야만 보호해 줄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말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권 보호와 교권 침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인 변화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학부모님과 학생 여러분, 선생님의 인권을 지켜달라”며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신뢰와 지지가 우리 선생님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되고, 더 나은 교육을 향한 양분이 된다”고 호소했다.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07.22.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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