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77] 마누라와 마눌

친구들의 전화기를 보면 아내를 ‘마눌’이라고 저장해 놓은 사람이 많다. 필자는 ‘마누하님’이라고 적었다가 아내에게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원래 ‘마누하님’은 ‘마누라(마노라)’를 높여서 부를 때 쓰던 용어다. 궁중에서 왕족을 일컬을 때 ‘대비 마노라’ ‘대전 마노라’처럼 사용하던 극존칭어였는데 요즘에 와서는 아내의 낮춤말로 쓰이고 있다.
3·1절 노래에도 보면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하’는 높은 사람을 부르는 호격조사다. 그러므로 ‘마누하님’은 사실상 극존칭보다 더 높여 부른 것인데, 인식의 차이로 아내에게 혼나고 결국 ‘아내’로 수정하였다. 하기야 ‘어라하’도 ‘임금님’을 부르는 말인데 요즘은 ‘에라이~~’하는 감탄사 욕처럼 쓰이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은 없다.
‘마눌’이라는 말은 아마도 ‘마누라’를 줄여서 쓴 것 같은데, 몽골어에서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마눌’이라고 한다. 우리말 마누라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물론 마누라가 예쁘고 귀여운 것은 젊은 때뿐이겠지만…. ‘마눌고양이’는 반사막지대에 살며 아랫부분의 털이 윗부분의 털보다 2배 길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사냥되었다고 한다. 마눌과 마누라,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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