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82] 지랄·간질·뗑깡

충청도 사람들은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충청도 사람들에게 ‘지랄’이라는 단어는 예사말 혹은 친근감 있는 용어다. 그러나 서울에 가서 “지랄하네”라고 하면 엄청 화를 낸다. 마치 욕을 들은 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랄’이라는 말은 이처럼 지역에 따라 의미가 조금 다르다.
지랄은 ‘1. 마구 어수선하게 떠들거나 함부로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 2. 간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계림유사’에는 ‘질알’이라고 나와 있다. 간질병으로 발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었다. 이것을 한자로 쓰면 전간(癲癎)이라고 한다. 순우리말로는 ‘지랄’이고 한의학적 표현으로는 ‘전간’이다. 결국은 같은 말이다.
그런데 전간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뗑깡(덴칸·てんかん)’이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뗑깡을 부린다’라고 쓰면서 그 의미는 ‘1. ‘생떼’를 속되게 이르는 말 2. 일본어로 간질병·지랄병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은 ‘지랄’이나 ‘뗑깡’이나 다 같이 ‘간질병(혹은 간질로 인한 발작)’을 이르는 말인데, 지금은 둘의 의미가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본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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