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86] ‘거시기’의 다양성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면 항상 ‘왜 거시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실까?’ 하는 생각을 해 왔다. 옆집 어른은 항상 말씀하시기 전에 “거 뭐냐, 거시기 있잖아”라고 시작하셨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거시기가 거시기 햐”라고 하면 그 누군가는 그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재미있는 용어가 바로 ‘거시기’다. 틀림없이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인데 의미가 애매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사전에는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거나 직접 말하기 곤란한 사람을 대신하여 가리키는 말’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이 반드시 인칭대명사만으로 쓰이는 것도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지시대명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호야, 그 문 옆에 있는 거시기 좀 갖고 와”라고 할 때는 분명히 지시대명사임을 알 수가 있다.
“거시기, 길 좀 물어봅시다”라고 할 때는 ‘거시기’가 감탄사로 쓰인 것이다. 사전적 풀이와 달리 일반적으로 쓰임이 다양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본다. ‘거시기’는 다시 젊은이들에게 확장된 상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강아지의 고추(?)를 일컬어 ‘꼬시기’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거시기’에서 유래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말에서 거시기만큼 다양한 의미를 지닌 말이 없는 것 같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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