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15] ‘환난(患難)’의 발음

어린 시절에 할머니께서는 ‘한남동’을 늘 ‘할람동’이라고 발음하셨다. 그땐 그것이 옳은 줄 알았고, 그렇게 발음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할머니께선 영등포도 ‘이엉등포’처럼 길게 발음하시곤 했다. 당시 어른들은 성을 부를 때도 정(鄭) 씨와 정(丁) 씨를 정확하게 구분했다. 정(鄭) 씨는 길게 [즈엉]이었고, 정(丁) 씨는 짧게 [정]이었다.
할머니의 발음이 다 옳은 줄 알았더니 한국어를 공부해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한라산’을 [할라산]이라고 발음하는 것에서 ‘한남동’까지 [할람동]으로 발음하셨던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한남동]이 맞는 발음이다. 여기서는 활음조(두 음소가 연달아 소리 날 때 소리 내기 쉽거나 듣기 좋게 변하는 음의 특질)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
‘환난(患難)’이라는 용어도 그렇다. 집회할 때 [활란]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아마도 ‘환란(患亂)’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발음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근심과 재난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발음도 [환난]으로 정해져 있다. 환난상고(患難相顧)를 [환난상고]라고 발음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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