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92] ‘놈팡이’ 이야기

어린 시절에는 “그놈의 놈팡이(놈팽이)”라는 말을 참으로 많이 들었다. 무슨 말인 줄도 모르고 그냥 썩 바람직하지 않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만 생각했다. 특히 아주머니들이 많이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남자들에게 한이 많았나 보다. 소설을 보면 일제 강점기하에서 많이 쓰던 말임을 알 수 있다.
‘놈팡이’의 사전적 의미는 ‘사내를 얕잡아 이르는 말·직업이 없이 노는 남자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룸펜(lumpen)이라고 썼다. ‘둔해 보이는·멍청해 보이는’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그러니까 ‘놈팡이’는 룸펜이 두음법칙에 따라 ‘룸펜>눔펜>놈팡’으로 바뀐 것이고, 거기에 사람을 나타내는 ‘-이’를 덧붙인 것이다. ‘늙은이·젊은이·어린이’라는 단어에 들어 있는 ‘이’가 사람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이 단어는 ‘룸펜+이’의 형태를 한 합성어라고 하겠다. 영어로 풀어 보면 ‘a person without regular occupation·a bum·a loafer(빈들거리는 사람·게으른 사람)’가 된다. 결국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직업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을 일컬어 놈팡이라고 했던 것이다.
한편 조항범 교수에 의하면 우리말에서 접사 ‘-팡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을 나타낼 때 쓴다고 했다. 좀팡이(쫌팽이)·잡팡이(잡팽이) 등을 생각하면 쉽다. 아무튼 외국어가 잘못 전해진 결과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