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8일 일요일

물러나고 탈락해야 하는 ‘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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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물러나고 탈락해야 하는 ‘ㄹ’
중앙일보
입력 2024.09.09 00:02

업데이트 2024.09.0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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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은 자음 가운데 입이 가장 크게 벌어진다. 혀끝을 튕기듯 윗잇몸에 살짝 댔다가 뗄 때 나는 소리다. ‘물, 불, 달’. 받침일 때는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혀 양옆으로 공기를 흘려보내야 한다. 자음이지만 모음 같은 성질도 있다.

그래서일까. ‘ㄹ’은 쉽게 자리를 비운다. ‘ㄴ’으로 시작되는 어미를 만날 때는 무조건 탈락한다. ‘놀다/ 노는’ ‘졸다/ 조는’ ‘달다/단’ ‘멀다/먼’처럼 된다. ‘날다’도 자연스레 ‘ㄹ’이 탈락해 ‘나는’이 된다.

그렇지만 ‘날으는 새’ ‘하늘을 날으는 자동차’ 같은 잘못된 표현도 흔하다. ‘놀다’ ‘졸다’ 등에선 안 그러는데, ‘날다’에선 ‘-으는’을 붙이려고 한다. 어떤 말에도 ‘-으는’이 붙는 예가 없는데도 그런다. 자신을 가리키는 ‘나는’과 피하려는 데서 나온 것일 수 있겠다. ‘나는 새’라고 하면 ‘날다’는 느낌이 안 온다는 이들도 있다.

‘무지개, 무좀, 무자리, 무자맥질’. 이 말들에서도 ‘ㄹ’이 탈락했다. 여기서 ‘무’는 모두 ‘물’이었다. ‘ㄹ’은 ‘ㅈ’ 앞에서도 조금 자취를 감춘다. 대부분 “울지 마라”라고 말하지만, 노랫말에서는 ‘우지 마라’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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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다’라는 말에서는 ‘ㄹ’이 탈락하면서 ‘머지않다’라는 낱말이 생겨났다. ‘멀지 않다’가 시간과 공간에 다 쓰인다면 ‘머지않다’는 시간과 관계된 맥락일 때만 온다.

‘ㄹ’로 끝나는 말은 명사형을 만들 때 ‘ㅁ’을 붙인다. 모음으로 끝나는 말과 같다. ‘놀다/놂’ ‘졸다/졺’ ‘달다/닮’ ‘멀다/멂’이다. 이때 ‘ㄹ’은 적기는 하지만 발음하지 않는다. 그러니 절반은 탈락이다.

한규희 기자 han.kyuhee@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6449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6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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