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2일 목요일

내가 믿는 촛불, 나를 믿는 촛불

 

[촛불광장에서 배우다] 9. 내가 믿는 촛불, 나를 믿는 촛불

김다미 | 기사입력 2025/05/22 [22:10]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일꾼들이 3년간의 촛불집회에서 느낀 점을 쓴 수기를 14편 연재합니다.

 

매일 들여다보는 내 휴대폰 화면에는
이름 모를 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생일 케이크, 어느 바다의 저녁 노을, 연인의 뒷모습
많이도 거쳐 갔던 6인치 화면은 이제
봄여름이 지나도록 겨울입니다

'오늘 저녁은 무쟈게 춥다고한다
촛불에 가지 말까?
아니…. 가야 해
악조건일수록 가야지
왜냐면
내가 믿고 있는 촛불이
나를 믿고 있을 테니까'

이름 석 자도 모르는
무명 촛불 전사의
피켓과 빨개진 볼은
그 겨울, 내 마음에
불을 붙여 자꾸만 거리로 나서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낯선 이들이
낯익은 이가 되어
눈웃음 건넨 3년
우리는 믿음과 용기를 배웠습니다

봄이 되고
누군가는 일상으로 돌아가자 하지만 폭설에도 자리를 지킨 사람들은
끝낼 줄을 모릅니다

고통과 시련이 부딪혀 올 때면
광장의 환한 얼굴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해내야 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주문을
외워봅니다

내가 믿는 촛불
나를 믿는 촛불 

계엄을 이긴 그 겨울의 용기를
부적처럼 두 손에 꼭 쥐고
나도 그대처럼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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