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2년 검찰 보고서 2024’를 발간했습니다. 유승익 부소장(한동대 연구교수)의 검찰 수사·인사 종합 평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정치 초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인지 부조화의 연속이었다. 정치와 헌정의 작동 방식에 무지한 대통령은 국정의 당면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회피한 채, 검사(더 정확히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찰수사관)의 자세로 일관했다. 자신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은 범죄 혐의자로 예단하며 경원시했고, 여당의 정치인들마저 사법적으로 위협하여 축출하거나 침묵을 강요했다.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는 정치적 아마추어의 ‘수사 통치’가 횡행했다.”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는 ‘수사 통치’로 일관하다가 한계에 부닥친 윤석열 대통령의 ‘자폭’이었습니다. 검찰은 ‘수사 통치’의 핵심이었습니다. 따라서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몰락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국민 63% “검찰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도 검찰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올해 1월, 3월, 4월 세 차례 여론조사에서 기관별 신뢰 여부를 물었습니다. 헌법재판소, 경찰, 법원, 중앙선관위, 공수처, 검찰 중에서 검찰이 꼴찌였습니다. 4월11일 발표한 조사에서 검찰은 ‘신뢰한다’ 25%, ‘신뢰하지 않는다’ 63%였습니다. 이 정도로 국민의 불신을 받는 기관은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4월1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기관별 신뢰 여부
4월1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기관별 신뢰 여부

더불어민주당 의원 13명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김용민·민형배·장경태·문정복·김동아·부승찬·김승원·한민수·조계원·김문수·강준현·김현정·이재강 의원입니다.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은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1949년에 설치된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입니다. 공소청 설치법도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무부 장관 산하인 공소청 소속 검사가 기소와 공소유지, 영장 청구에 필요한 사항을 담당하는 내용입니다. 공소청이 설치되면 현재 검찰 업무의 대부분이 공소청으로 넘어갑니다.

중수청 설치법은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하는 내용입니다. 중수청이 설치되면 현재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은 중수청으로 가면 됩니다.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법은 장경태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수사기관 간 갈등을 조정하고 수사의 절차 및 결과의 적정성·적법성에 대한 민주적 통제로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민주당의 당론이 아닙니다. 앞으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 당정협의를 거쳐 내용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큰 원칙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2022년 민주-국힘 ‘수사-기소 분리’ 합의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검찰개혁을 공약하고 당선됐습니다. 검찰개혁은 이미 국민 동의 절차를 거친 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의 핵심도 역시 수사-기소 분리입니다.

검찰개혁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대개혁입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필요합니다.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야 합의가 잘 될까요?

가능합니다. 2022년 4월22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검찰개혁 방안에 합의한 일이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 시기였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2022년 4월22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왼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뒤, 서명을 마친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년 4월22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왼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뒤, 서명을 마친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한다. 이 특위는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 등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해 밀도 있게 논의한다. 중수청은 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입법 조치 후 1년 이내에 발족시킨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

놀라운 내용입니다. 윤석열 당선자가 뒤집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검찰개혁에 대해 여야 합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였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검찰개혁 법안은 당정 및 여야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합니다. 핵심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입니다. 그동안 검찰의 폐해는 수사권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검찰청을 폐지하든 폐지하지 않든 검찰은 앞으로 직접 수사를 못 하게 해야 합니다. 그게 검찰의 운명입니다.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