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6일 수요일
'통준위'설치, 통일부.민주평통 사실상 폐업
민관참여 통일정책, 여론 수렴 등 '주역'맡을 듯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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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26 18: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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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 1주년 대국민담화에서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통준위'의 조직도와 업무 등 구체적 틀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이 "이곳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며 "외교.안보, 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 각계 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적 통일논의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그 위상과 역할이 읽힌다.
즉,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5년 만에 부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흡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직속 '통준위'를 설치해 남북관계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다.
통준위는 또 통일부가 맡고 있는 통일정책 수립과 남북대화, 민간교류 영역은 물론, 통일여론을 모아 대통령에게 정책제언을 하는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역할까지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준위' 설치 발표가 곧 통일부와 민주평통의 사실상 폐업예고로 읽히는 배경이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기능상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며 "통일준비위원회는 국민적인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또 통합을 통해서 통일정책의 발전을 이끌게 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도 대변인은 "통일부는 주무부처로서 국정운영의 핵심과제인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구축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민주평통은 헌법기구"라고 강조하며 "통준위가 어떤 역할과 위상을 가지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 민주평통과 통준위의 성격이 중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통준위 설치 발표와 관련해) 사전에 조율이 없던 것으로 안다"고 밝혀, 대통령이 의장인 '헌법기구' 민주평통은 사실상 '통준위'보다 위상이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미 새로운 통일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통일부와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통과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통준위' 설치, 이번에도 통일부는 외교부에 밀리나
'통준위' 발족 발표에 통일부는 일단 역할분담과 관련해 선을 긋고 있으나, 고심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통준위'에 △한반도 통일 준비, △남북 간 대화 및 민간교류 활성화,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 청사진' 마련 등 통일부가 지금까지 해온 대부분 영역을 일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4년 통일부 업무보고' 내용 중 △남북 동질성 회복을 위한 대북 지원 및 교류확대, △분야별 지성을 모으는 '통일 지성 원탁회의', △정부.민간.연구기관 등과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평화통일 문화네트워크' 등은 대부분 '통준위'의 역할과 겹친다.
또한,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통해 "독일 통일 예를 들면서 북핵문제, 인도지원, 남북경협, DMZ 평화공원, 동북아 평화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관련된 사업들에 대해서 외교부가 중심이 되어서 정확한 세부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남북관계를 외교부와 '통준위'가 틀어쥘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25일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회의 만찬사에서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넘어, 주변정세의 변화를 잘 읽으면서 언제 어떻게 통일이 오든 이에 대비하고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하여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일의 과정을 진행시켜 나가려는 것"이라고 일목요연하게 '통준위'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통준위' 설치에 따른 통일부 역할과 위상, 외교부의 남북관계 정책 주도 등에 대해 아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남북관계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과 14일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수석대표를 외교부 1차관 출신인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맡은 반면,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 1주일 만에 낙마한 데 대해서도 통일부는 지시만 이행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통준위'와 외교부가 협업을 통해 남북관계 정책 전반을 다루고, 통일부는 단순 집행부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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