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경의 민족이야기 "강제징용" - 두 번째 |
소녀상 문제로 소동을 벌이는 일본의 속내는?
부산 소녀상 철거를 둘러싼 한바탕의 소동 이후 일본이 하는 꼴이 가관이다.
일본 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지는 쇼를 벌이지 않나, 일본 총영사관 직원의 부산시 관련 행사참여를 보류하지 않나, 통화 스와프 관련 논의 등 한일 경제협의를 연기하지 않나... 할 수 있는 모든 법석은 다 떨어대고 있다. 또 1월 16일 경기도 의회가 독도에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마자, 다음날 ‘다케시마(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국정부에 항의하였다.
아베의 의도는 현재 미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관계의 흐름을 깨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의례적인 공방이라고 치부하는 것도 너무 안일하다. 그러니까 아베는 ‘한국이 10억엔만 받아먹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반하는 파렴치한 민족이라는 먹칠을 하려는 것이다.’ 즉 일본인들의 혐한(嫌韓)감정을 부추 킴으로써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한 일본 내의 지지를 강화하려는 속내이다.
실제로 최근 아베 정부는 '소녀상 강공책'에 힘입어 국내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4~15일 일본 전국 2000명을 여론 조사한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4%포인트 오른 54%를 기록했다. 39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75%가 "부산 소녀상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타당했다"고 답했다.
아베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위하여 어리석은 박근혜 정부를 양면으로 활용하는 간교함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반일여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박근혜의 처지를 역이용하여 한국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구실로 <2015년 위안부 합의>라는 사기극을 벌였다. 이 사기극을 벌린 진짜 이유는 미국과 공조하여 과거사에 대한 인정과 사죄 없이도 <한미일 군사정보협약>을 맺어 군사침략의 한발을 내딛을 기반을 현실화 하는 것이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사기극에 당연히 반발하여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한국을 ‘국제적 약속을 어기는 무뢰한’으로 몰아댈 명분(?)을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위안부 할머니와 한국인들을 ‘생트집만 잡아 돈이나 받아내려는’ 파렴치한으로 몰아대는 일본의 수법은 100여 년 전 그들이 내걸었던 <정한론>과 흡사하다. ‘어리석은 조선인을 정복하여 다스리는 것’, 즉 한국에 대한 침탈과 수탈을 정당화하는 일본 국민들의 사회 심리적 조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수년 동안의 아베의 오만불손한 망언들을 보면 이 사실은 분명해진다.
“한국에는 기생집이 있어 그것(위안부 활동)이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997년 발언, 한겨레 2007년 3월 19일 보도) “침략이란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2013년4월23일 보도) “안중근 의사는 사형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오마이뉴스 2014년2월5일 보도) “위안부 문제는 3억이면 해결할 수 있다.” (KBS 2015년 6월30일 보도) ![]()
위안부 사태의 핵심은 일본이 국가적 강제성을 인정하는가의 여부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줄곧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하여 한일군사관계를 강화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시달렸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사과와 배상을 원하는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일본과 애매모호하게 ‘군이 관련한...’ 문제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으로 눙치고, 결국 10억 엔의 위로금(?)을 받는 선에서 최종적 불가역적인(?) 합의를 해주었다. 아마 이 정도로 문제가 끝날 줄 알았던 모양이다. 다소 미흡하더라도 이 정도면 성과로 치장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겼겠지! 그러나 사기극의 주범, 일본의 속내는 바로 드러났다.
합의가 있은 직후 2016 1월 18일, 아베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제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2007년 각의에서 결정했다"면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했다. 또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게다가 "이번 합의에 의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유형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키시다 후미오 외상도 기자회견 직후 일본 취재진에게 “책임의 문제를 포함하여 일한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입장은 종래와 전혀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같은 날 진행된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했다고 전했지만 정확한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밝혀진 것이 없다. (일본 정부 발언록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어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
이에 격분한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박근혜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베의 정확한 발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발언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외교부를 상대로 ‘한일 위안부 협상 문서 정보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을 벌여, 2017년 1월 6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합의 문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아직 아무런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헌재가 올해 1월 15일 공개한 기고문에서 위안부 피해여성의 인권 침해관련 입장을 밝혔다. "아직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며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했는지, 10억 엔이 법적인 손해배상금인지 불명확하며, 피해자 의사를 배제한 합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고 말이다. 박 소장은 나치 범죄 책임을 지속적으로 반성하는 독일 사례를 들며, 사과와 반성을 주저하는 일본의 자세를 비판하기도 했다.
"예비비라도 편성할 테니 10억 엔을 돌려주자"?
지난 8일 아베총리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10억 엔(한화 약 102억원 상당)의 돈을 냈다며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가의 신용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에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아베의 발언이 알려지자, 국내의 반일 여론은 급등했다. 일본의 국가적 강제성 여부는 여전히 부인하면서 ‘10억 엔을 주는 것으로 일본의 책임을 다했는데 아직도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다니...
“아베가 10억 엔을 냈으니 위안부 소녀상에 한국이 성의를 보이라고 하고, ‘보이스 피싱’ 같은 사기라는 이따위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이 항의 한마디도 못하는 이런 외교가 어디에 있느냐”며 "예비비라도 편성할 테니 10억 엔을 돌려주자"고 더불어 민주당 우상호 원대대표의 발언했다. 우상호 의원은 "국민이 굴욕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돈"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민족적 울분을 느낀 우상호 의원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을 비껴나간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위안부 합의’라는 사기극의 합의를 먼저 깬 것은 바로 ‘아베’이다. 한국이 아니라 일본, 바로 아베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점을 명시하지 않은 우상호 의원의 발언은 자칫 합의를 깬 책임이 한국에게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아베의 의도에 넘어간 것이 아닐까?
<2015년 합의>, 즉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명시한 점.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한 점>, 이렇게 합의해놓고 며칠도 지나지 않은 2016년 1월 18일 위안부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부인한 아베야말로 먼저 약속을 어긴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자신이 먼저 합의를 깨놓고서도 그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이, 그리고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한다.>고 해놓고, 강제로 소녀상을 철거하려 획책하다니... 합의 어디에도 10억 엔을 주고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말은 없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이 말은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합의도 없이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뜻이 아니다.
일본정부에 위안부 강제성과 법적책임을 묻는 것의 의미
단지 위안부 문제만이 아니다. 일본 군국주의는 600백만이 넘는 우리 노동자들을 강제동원하고 소모품으로 이용하다가 죽이기를 밥 먹듯이 했다. 일본은 사할린으로, 태평양군도로 동원된 조선인들을 버려두었고, 일본에서 사망한 분들의 유골조차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 일본 정부가 저지른 전쟁범죄가 아닌 것이 없지만 일본은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 극우파들은 과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본이 가해자였음을 부인함으로써 서양 제국주의의 피해자, 그것도 가장 잔인한 원폭 피해자라는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일본이 피해자라는 코스프레로 일본 국민들에게 일본의 평화헌법마저 바꾸고 군국주의화를 가속화하려고 드는데, 자신들에게 짓밟힌 조선인들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즉 다시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며 한반도와 아시아 재침략을 준비하고자 하는 데서 일본의 미래를 열고자 하는 한, 위안부와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적 사죄와 배상은 어림없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문제조차도 단순한 인권문제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총체적 일본 군국주의와의 한판 대결을 통해 진정한 아시아의 평화를 실현하는 문제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위안부 할머니들 역시 몇 푼의 위로금이 아닌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와 배상금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씀하지 않는가? 일본이 군국주의화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혹자는 일본 위안부의 국가적 강제동원의 문제를 더 풍부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관련 증거를 인멸할 대로 인멸했을 터이다. 그러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쳐 포기하기만 바라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일본의 속내를 간파하고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한 총체적 대응태세를 갖추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역사교과서를 포함하여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문제, 강제징용 등 우리 국민이 당한 처절한 고통을 제대로 정리하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며 우리의 상처를 치유할 함께 치유할 대책을 세우는 문제, 남북이 힘을 합하여 주변 강대국의 전횡을 자주적으로 극복할 힘을 마련하는 문제... 친일 부역 정권을 청산하고 민족의 대의를 지킬 수 있는 정권을 세우는 문제... 이런 총체적인 사안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김이경 우리역사연구가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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